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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무리 갈바람 던져 놓은 투망에서 퍼덕이는 회색빛 긴 그림자 날갯짓 애처롭다 밤새운 갈잎 소리에 야위어 간 네 얼굴. 숨죽인 목소리로 흐릿한 테를 둘러 침묵의 목숨 하나 솔가지에 걸어 놓고 빈 처마 고인 그리움 깃털 위에 세웠구나. ******* 靑原 李 明 姬 전남 장성출생 2005년 시조세계 신인상 당..
비에 젖은 자목련 높새바람 가랑비에 움켜쥔 그리움 조각 하나 둘 떨어진 자리 혈흔은 붉디붉다 길 위에 마지막 혼을 깔고 남몰래 펼친 슬픔. 봄바람 불더라만 네 시름은 더욱 깊어 타는 그리움 핏빛으로 피었다가 시인의 가슴만 달구고 홀연히 가는구나.
무엇이라 변명할까 캄캄한 다락에서 쭈그리며 보낸 시간 뼈마저 덜걱이며 놀아내린 몰골들이 되새김 할 날 있을까 기다리고 있었네. 한장 한장 넘겨보면 팍팍했던 지난 세월 가난해서 접은 꿈들 아직도 희망으로 빛 바랜 일기장 속에 문신처럼 새겨 있네. 망망대해 표류중인 마음 하나 못 붙잡고 이뤄..
그리움 빗장을 열고 목마른 예감마저 하늘 난간 걸렸구나 비 내린 산골짜기 악연같은 개울물 소리 오뚝한 뫼 봉우리는 뜨거운 살만 허문다. 밟아도 다시 돋아나는 질경이 같은 인연 제 얼굴 들여다보듯 심지 하나 밝혀두며 그리움 보낼 수 없어 밤새도록 타는 불꽃. 달맞이 꽃잎마다 물든 꿈 펼쳐본다 ..
사랑을 하고 싶다 덧문을 활짝 열어 남풍자락 사려두고 古梅의 성근 가지 툭 툭 툭 건드리며 발밑의 향기로운 땅 즈려밟고 오는구나. 생강나무 발가벗겨 노랗게 널어놓고 초록의 춤사위로 온 산을 물들이며 시냇가 징검다리 건너 사뿐사뿐 오는구나. 분수처럼 쏟아지는 햇살을 끌어안고 마른 덤불 사..
나의 길 1. 제한이 없는 속도 쾌속으로 달렸다 미지의 삶을 향해 질주한 이만 킬로 먹구름 앞을 막아도 돌아서지 못했다. 2. 흑풍우 뒤덮여서 가슴 친 잔해 더미 가슴을 쓸어 안고 숨 한번 골라 쉬며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묵묵하게 걸었네. 장애 없는 넓은 길 갈망하며 살았건만 나의 길은 항시 좁아 비틀..
마른꽃 열망을 불태운 죄 올바로 받을 수 없어 거꾸로 매달려서 십자가형 받는 거니 실처럼 가녀린 숨소리 거미줄에 대롱이며. 살마저 다 마르고 뼈대만 남은 육신 통나무 창 넓은 찾집 흰 벽에 매달려서 붉어서 지었던 죄를 고해하고 있구나.
사랑니 아픔에서도 나를 설레게 하는 통증 입념을 관통하며 시신경 압도하는 열입곱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그 순정. 혼돈의 미로에서 마음을 뒤흔드는 원초적 질주 본능 그대여서 힘들어도 고통도 사랑이라고 가슴은 다독인다. 질기어 고단했던 힘겨운 지난 시간 으깨고 갈아대며 무던히도 참더니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