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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날 빠개져 터질 듯이 자근대는 통증 속에 헝클어진 사연들이 뒤죽박죽 뛰고 있네 새끼줄 꼬아지듯이 비비꼬인 사념들. 웅성대는 지난 세월 벌처럼 윙윙대다 빛없는 칠흑 속을 스멀스멀 날아들어 쪼개진 반쪽 사과에 침 하나를 꽂는다.
촛불에게 배우다 생살을 깎아내고 뼈까지 다 녹이며 빙폭처럼 방울방울 수직으로 내린눈물 사랑도 어둠을 밝히고 앙금되어 남았느니. 눈 감고 귀도 닫아 할 말이 없습니다 심장을 도려내고 혼백도 다 태우며 새벽 닭 홰 칠 때까지 타고 또 타는 슬픔.
산다는 사실만으로 놀빛에 드러누운 퇴색된 낙엽들을 그림자 밟고 서니 꽃 한송이 핍니다 하늘을 빨갛게 덮으며 흔들리는 아픔 꽃. 은호(銀壺)에 담아 가둘 추억 하나 없는데 생각은 비가 되어 하염없이 추적이고 작은 새 잔뜩 움츠리며 날개를 접습니다. 다를 것 하나 없이 어제와 같은 오늘 마음에 ..
그대의 침묵 마음이 흐르는대로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갇혀야 할 이유가 있을거야 어둠이 내리는 창틀에 부서지는 별빛처럼. 잔잔히 흔들리던 바람도 겉을 돌다 쓸쓸한 갈대밭에 숨어들어 우는 사연 무아의 적멸궁 안에 등불 하나 켜고 싶네.
귀로 불나방 한 마리가 온 방을 헤맨다 힘겨운 날갯짓이 애처롭기 그지없네 눈감고 잠시만 보면 들어온 길 보이련만.
밤바다 심연의 깊은 고독 말없이 내려놓고 바늘꽃 같은 사연 하나 둘 잠재우며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도도하게 흐르누나. 뒤척이는 설렘들을 포말로 끌어안고 밤새워 나눈 꿈들 어디로 사라졌니 뜨겁게 나누었던 정 물거품이 된 거야. 켜켜이 쌓은 시간 간 절인 소금 꽃들 뿌리 없는 꽃이라서 그렇게 지..
아! 정녕 산야의 푸르름은 겨울잠 한참인데 얼어붙은 대지를 헤집고 오는 봄아 호오호 진달래 빚는 그 손길 애처롭다. 겨우내 꿈을 꾸어 쌓아 두었던 연둣빛 햇살 앞에 꺼내 놓고 안개 속을 표류하는 사념의 아지랑이가 뭉게뭉게 피오른다. 겨울을 보내려고 자박자박 오는 님아 계절의 윤회 속에 성급..
봄바람 비릿한 갯내음을 양 손에 움켜쥐고 아른한 들판을 건너뛰듯 달려온 너 홍산에 잠든 나비들 흔들어 깨우누나. 언 손 치켜들고 퍼올린 물줄기에 젖몸살 앓던 매화 벙긋이 눈을 뜬다 산천은 무서리 내려 물소리도 시려운데. 바람도 들이키면 술처럼 취하는가 웃자란 보리순들 남풍 안고 눕는 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