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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모든 것이 허망하다 세상 끝은 어디일까 치마 자락 끌어안고 새처럼 떨고 앉아 온종일 뒤범벅되었던 상념 게워내고 있구나. 흔들렸던 마음들 소화 안 된 하루 일상 기다란 저 다리를 꺾이도록 아프게 한 질퍽한 고통의 결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잃어버린 푸른 바다 찾아야만 한다면 나 너의 ..
어릿광대 더덕더덕 삶을 기운 넝마자락 신명나면 배꼽도 히죽히죽 한바탕 몸을 푸는 핫바지 걸출한 춤이 오두방정 떠는구나. 땀 절은 세상살이 가위질로 잘라 내며 멋대로 치는 장단 가슴 찢는 노랫소리 무너진 자존심 아래 눈빛이 번뜩인다. 실핏줄 터질 듯한 속마음 기진하여 분단장한 엿가락에 땀..
수화(手話)하는 풍경 손끝에서 피어나는 말소리를 바라보는 눈망울 초롱함도 별빛처럼 빛나네 허공을 가르는 언어 가슴 깊이 담으며. 비호같이 빠른 손짓에 밀려오는 언어들 토씨가 빠질세라 예리하게 손 놀리면 밀물이 차오르듯이 꽃미소가 떠오르네.
해마다 오월이면 금남로의 가로수는 고질병을 앓는다 작은 바람 한 점에도 벌떡증 누를 수 없어 가슴의 피를 토한다 모든 잎이 하늘 향해. 원통하고 분한 마음 삭힐 길이 없어 하늘 향해 두 팔 벌려 아무리 소리쳐도 오월에 도지는 아픔 치유할 길이 없단다. 도청 앞 분수는 하늘 향해 퍽퍽이고 금남로 ..
작고 못생긴 조무래기 들꽃들이 제 나름 형형색색 농지기를 꺼내 입고 길섶에 시새워 나와 옷 자랑을 하는구나.
보리밭에 서면 밭고랑에 푸르름이 파도처럼 넘실댄다 들녘을 가득 채운 싱그러운 초록 세상 희망이 꿈틀거리며 생명이 물결친다. 솟구치듯 높게 자란 이상의 꿈이었지 궁핍한 조상들의 알토란같은 식량 한 맺힌 보릿고개가 여유롭게 일렁인다. 설익은 모가지 끊어 검불대기 불 붙여서 그을려 허기 달..
오월은 그렇게 오시네 절규하는 핏빛 울음 산야를 깨워 놓고 가슴 속 푸른 사연 살며시 심으시며 희망의 입맞춤으로 꽃비 되어 오시네. 라일락 고운 향기 온 동네 방역하고 산벚꽃 저 멀리서 손짓해 부르시니 살며시 고운 발걸음 자박이며 오시네. 아카시아 하얀 꽃 여울져 오는 거리 하나 둘 모여드는..
불면의 밤 너에게 적의를 품은 적 없었는데 강 건너 돌아가는 나룻배를 붓잡고 흔들며 못질을 하느냐 가야 할 길 바쁜데. 사무치는 울림으로 뼛속을 두드리며 물살을 가르는 손 허방 짚게 하느냐 허공에 그린 벽화가 파도처럼 흔들린다. 수십 번 얼멍 채로 걸러내고 걸러내도 앙금 같은 사념들의 매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