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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뒷산에서 산마다 솟아오른 뜨거운 불꽃놀이 비에 젖은 참나무는 다 타버린 잎일까 앙상한 가지만 떨고 서있다 잣나무 꼭대기 겨울을 준비하는 청설모 한 마리 시린 하늘 높이 큰 부리 독수리에게 놀라 숨는데 이제 나도 타고 남은 가을 한 줌 재를 얻어 밭에 뿌리고 나의 봄을 심으련다 내님 오실..
갈대소녀 구름꽃이 만발한 내 고향 황조리 앞 그리움이 너풀대는 하얀 갈대머리 위로 달 떠 오른다. 물 냄새 비리리한 강바람에 앙가슴 속살 여미는 수줍음 많은 내 고향 갈대소녀 붉게 타는 저녁놀은 심장을 드러낸 듯 은빛 물결로 태우나니 목마른 그리움 달래어 강가에 앉았구나! 어디서 짝을 찾아..
가을 하늘 고추잠자리 청천에 널려있는 잘 익은 고추 좀 봐 한여름 쏟아지는 소나기 빗줄처럼 고추비 홍수 날세라 주룩주룩 쉬잖네. 솔바람 불어주면 하늘은 가을호수 하나둘 빠져드는 참매미 울음소리 해맑은 가을 하늘에 고추비가 내리네.
귀뚜라미 우는 밤에 저토록 밝은 달밤 사랑의 노랫소리 신부는 목청 높여 감미론 사랑타령 백마 탄 첫사랑 품에 깊어가는 가을밤 밤새껏 시끄러운 사랑의 속삭거림 낯가죽 뜨겁도록 온몸이 저리도록 남까지 잠 못 이루게 밤 새가며 놀더니 온 밤을 떠들고선 지금쯤 취해있을 새신랑 아침 짓는 새 신부..
고추잠자리 양떼 무늬 곱게 수놓는 둥근 하늘 꽃방석 빨간 고춧물이 뚝 뚝 잘 익은 물고추를 널어 말린다. 어젯밤 꿈속에 어머니 하늘밭 갈아 심은 올 가을 고추농사 더없이 풍작이라며 웃으시는 참모습 실한 것은 먼저 골라 전깃줄에 줄줄이 꿰어 엮어 말리시니 아들며느리 줄 거라며 따로 거둔다. 가..
봄이 오는 언덕 연 빛 봄 햇살 훈훈하게 녹아 잔잔한 파도로 물결치는 봄바람 슬쩍 피한 양지 언덕 해 바라기로 앉은 아기 제비꽃 잔뜩 웅크린 개나리 노란 주둥이 콕콕 햇살을 쪼아간다. 새 봄나물 다투어 양지를 차지하고 꽃 댕기 새색시는 거기- 빙글 미소를 짓는데 칼끝에 절규하는 봄의 푸른 전령..
봄소식 낙엽 첩첩 쌓인 산골 잔설 비벼 흐르는 소리 너 하나 잉태 하려는 그 마지막 진통일 게다. 새색시 웃음꽃 피인 앞 냇가 빨래터 탯줄 끊는 봄아기 울음소리 터졌네. 부서진 햇살은 바람에 다 뿌려지고 보릿고랑 타고 앉아 사랑을 캐는 새아씨 호밋자루 시린 손끝 봄바람에 터질세라 곱은 손 묻어 ..
봄의 서곡 햇살이 뜰 안 가득 쏟아지면 땅은 금방 갈라져서 강물은 소리 내어 울고 겨우내 참고 기다렸던 파란 새 촉들이 비상한다. 담 밑에 뻗어 오른 개나리 벌써 뾰족이 내밀은 노-란 입 주둥이 쫑알쫑알 떠드는 그 수다에 병아리 떼 모이겠네. 바다 건너 남쪽에서 불어오는 훈훈한 봄바람 백목련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