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하프까지는 달렸다...그 뒤는 걸었다...
    일상생활방(주인) 2006. 3. 12. 23:59

     

    그리고 32키로 지점 통과후 골인지점 10키로를 남긴 상태에서 완주를 포기하고 회수 버스에 올랐다...

     

     

     

    오늘 출전한 2006 서울국제마라 겸 제77회 동아마라톤...

     

    영하의 혹한에 강한 바람까지...최악의 날씨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마라톤 매니아들을 보면서...

     

    왜 사람들이 이들을 보고...미친 사람들이라고 하는지 알만 했다...

     

     

    07시 좀 넘어서 세종문화회관 앞에 도착...오늘 출전하는 기행장교 동문 7명이 기념촬영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물품 맡기고 나니 7시 20분...8시 출발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다...

     

    사람들 따라서 스트레칭을 실시하고 소변도  미리 봤는데...짧은 복장으로 준비한 게 실수였다...

     

    동아마라톤은 겨울이 채 가기 전 추운 날씨에 시작하므로 항상 옷을 입고 뛰다가 벗어 놓는다...

     

    미리 앞 사람들이 벗어 던져놓은 츄리닝 한벌을 체면 불구하고 줏어 입었다...얼어죽지 않을려고...

     

    그래도 추위에 살이 얼 것 같아서 옆에 대기중인 버스에 올라서 몸을 녹이면서...

     

    어차피 하프까지만 뛰기로 작심한 상황이라 출발도 D그룹에서 하지 않고 맨 꽁지인 F그룹에서 했다...

     

    잠시라도 늦게 출발하면 추위가 덜 할줄 알았는데 다 마칠 때까지 꽁꽁 언 날씨에 바람까지 불었다...

     

     

    출발 직전 또 소변이 마려워서 처리하고...5시간 페이스메이커의 뒤를 바짝 붙어서 출발...

     

    천천히 달리는 속도라서 전혀 부담도 가지 않고 컨디션 조절이 순조로웠다...

     

    사전에 계획한 페이스를 무시하고 한사람씩 제치고 나가는 게 습관이 된지라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앞 그룹인 E그룹의 4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 그룹에 묻혀서 뛰고 있었다...

     

    처음부터 나도 몰래 입을 열고 뛰었지만 이 정도 속도로 숨차거나 다리에 무리가 오지는 않았다...

     

    금년부터 바뀐 코스에 따라 청계천의 시원스런 정경을 보면서 달려서 기분도 상쾌했고...

     

    다만 날씨가 너무 추워서 땀이 별로 나지 않아서인지 전례없이 도중에 또 한차례 소변을 봤다... 

     

    주로 중간 중간에 준비된 급수대는 바닥이 얼어서 얼음이 번들번들...탁자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간식대에서 제공하는 바나나 한쪽을 받아서 입에 넣으니 얼기 직전이라 이가 시려웠다...

     

    쵸코파이는 보통 2개만 먹어도 되는데 하프만 뛰고 완주를 포기하기로 작정했기에 4개나 집었다...

     

    쵸코파이를 먹으면서 함께 받은 음료수를 마시니 입이 얼어서 음료수가 입 밖으로 몇번이나 흘렀다... 

     

     

    키로당 6분 30초 수준으로 맞추고 달리다가 드디어 하프 지점을 통과하니 기록은 2시간 14분...

     

    연습이 없었던 것 치고는 컨디션이 좋아서 이대로 좀 더 달릴까 여러번 망설이기도 했으나...

     

    날씨가 날씨인지라 어차피 몸 상태가 후반부엔 무너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무리는 않기로 하고...

     

    처음부터 작정한대로 그 때부터 달리기를 포기하고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마침 얻어 입은 츄리닝에 모자가 달려 있어서 덮어쓰고 바람에 안 날려가도록 한 손으로 잡고...

     

    나머지 한손은 엉덩이 뒤에다 푹 쑤셔넣으니 따뜻해서 양손을 교대로 보온을 유지했다...

     

    중간쯤에서 앞사람이 길가에 버리고 간 츄리닝 상의를 하나 더 줏어서 껴입으니 좀 살 것 같았다...

     

    도중에 시계를 보니까 지난해 중앙마라톤 때와 같이 1키로 걷는데 정확히 10분씩 걸리고 있었다...

     

    별도로 왔다갔다 하는 회수 버스도 없고 앰블란스도 보이지 않아서 그냥 걷고 있는데...

     

    32키로 팻말이 표시된 지점까지 통과했을 때 마침 회수 버스가 오길래 아무 생각없이 올랐다...

     

    그 직전까지는 시계를 보면서 5시간 반이 넘더라도 걸어서 완주를 하리라 맘 먹었는데...

     

    버스를 보는 순간 나도 몰래 마음이 바뀌었다...그대로 가다간 틀림없이 감기를 얻었으리라...

     

    잠실 종합운동장에 골인하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는데 옆사람 모습이 가관이다...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긴 머리카락 뒷부분에 세가닥 고드름이 달렸고...옷에 흘렀던 땀이 얼어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표정들이 하나같이 밝고 무언가 성취했다는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어 있는 듯...

     

    한마디로 오늘 잠실 운동장에 나타난 사람들은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다음부터는 오늘과 같은 도중 포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철저한 연습을 해야겠다...

     

    금년중에 다시 도전해서 서브-4를 달성하리라...

     

     

    다행인 것은 버스에 오른 다음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스트레칭을 실시했다...

     

    몸에 큰 무리는 온 것 같지 않고 군데 군데 통증은 왔지만 심하지는 않은 것 같아서 안심이 됐다... 

     

    집에 도착해서 샤워부터 하고 컴도 켜지 않은 채 자리에 누워서 달콤하게 한잠 자고 나니 개운했다...

     

    미리 사놓은 고기 구워서 소주 한잔 곁들이니 뒷풀이는 이걸로 끝...

     

     

    비록 완주는 못한 대회였지만 준비 없이 나간 대회 치고는 성공적이었고...멋진 하루였다...

     

    좀 아쉬웠고 준비 미흡에 대한 후회와 함께...다음을 위해서 많은 교훈을 얻은 대회이기도 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