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장원 (1976년)
삼경(三更)에/임준선
내살속 출렁이는 무색(無色)바다 작은 물결 그대 옥(玉)의 목소리에 바람조차 잠이 들면 저 해곡(海谷) 은은한 점등(點燈) 몰래 꿈을 밝혀요.
제2회 (1977년)
억새풀/최정웅
눈 내리는 강가에 억새풀 한 포기 가는 잎새 마른 줄기 이 겨울을 이기려나! 수연(愁然)한 네 앞에 서면 출렁이는 강물소리.
제3회 (1978년)
잔치는 끝나고/박지섭
가마솥 모은 자리 상기도 남은 불씨 깨어진 옹기쪽이 그제사 눈에 들고 뒷마당 섭섭한 터에 산그늘만 짙었다.
제4회 (1979년)
산 밭/이주식
호밋자국 땀내음 뙤약볕에 남겨둔 채 풋고추랑 따들고 산색시 떠난 산밭 그 고운 손길을 머금어 콩꽃 한창 일었다.
제5회 (1980년)
풋목숨/변양수
꽃 피는 한철인데 바람은 더 나불고 절영도 환한 하늘 실비에 쓸려져도 산답게 묵묵히 서서 솔잎처럼 푸르련다
제6회 (1981년)
아 침/김벽사
서낭당 까치소리 부서지는 잿빛 어둠 찬물 속 열 손가락 고운 삶을 씻어내면 아침은, 파란 아침은 눈을 뜨는 한알 꽃씨
제7회 (1982년)
초 여 름/강세화
봄눈 녹자 두견새 울고 봄꿩 푸드득 날더니 산 자락 한폭 가득 붉게 타는 진달래 꽃보라 한 철 보내고 짙어오는 솔그늘
제8회 (1983년)
새해 아침/유승식
한덩이 참숯속에 빛살들이 웅크리듯 간밤엔 유난스레 마음이 켕기더니 날마다 떠오르는 해도 오늘 새삼 밝구나
제9회 (1984년)
초가을 밤/박영식
책속의 말씀들이 흰 불빛에 씻기는 밤 쭈루룩 물을 붓듯 가슴치며 달려온 비 한 소절 따룰 적마다 울음 푸는 귀뚜리
제10회 (1985년)
해질 무렵/염금련
저 서산 재봉사가 틀머리로 돌리는 해. 햇살 바늘바늘 촘촘히 솔기 박아 터지며 번지는 꽃물, 타는 여울 뜨거워라.
제11회 (1986년)
시월의 끝/서재환
한마당 소란스런 잔치는 끝이 났다. 저마다 떠난 자리 낙엽들이 어지럽고 생각은 골똘한 나뭇가지 새 한 마리 앉았다.
제12회 (1987년)
저무는 강변/박종철
강변의 가슴폭에 퍼득이는 높새바람 하루가 수면 위로 강풀마냥 나부끼면 노을이 서산 등마루 인생인 양 모로 눕다.
제13회 (1988년)
사모곡(思母曲)/송주자
한밤 깊은 꿈이 너무나 아득하여 가슴 쓸어 내리면 창을 넘는 하얀 달빛 목메인 물너울 되어 방안 가득 일렁인다.
제14회 (1989년)
달맞이꽃/김무영
구만리 사랑 앞에 불면은 이끼 낀 달빛. 그 달빛 사려 모아 가슴 깊이 묻었더니 감은 눈 한 장 수틀에 가득 피는 달맞이꽃.
제15회 (1990년)
농악/박영석
윙윙 도는 상모, 시름 더욱 휘감기고 자진모리 장단 따라 둘린 산들 들썩들썩. 치솟는 꽹과리 소리로 뛰자꾸나 하늘높이.
제16회 (1991년)
새벽에/이인순
섬돌 위에 내려 앉은 달빛 그 무게만큼 이 밤을 먹물로 갈아 화선지에 그려가면 새벽은 붓 끝에 와서 종을 울리고 있었다.
제17회 (1992년)
난(蘭)/정석준
빈방의 적막함을 말끔하게 닦아내고 다소곳한 맵시로 스란치마 끄는 여인 새로 산 하얀 촛대에 가만 불을 당긴다.
제18회 (1993년)
시 월/김미경
석류 속 부서지듯 투명한 시월 하늘 백포(白布) 같은 햇살이 팽팽히 주름펴고 뚫어진 감 잎사귀로 고개 들인 고향 하늘.
제19회 (1994년)
꽃 불/김강호
종달새가 풀어놓은 봄빛을 입고 앉아 분홍물 질펀하게 쏟고 있는 진달래꽃 바람은 산 숲 헤치며 꽃불 질러 놓는다.
제20회 (1995년)
신 록/한산월
뻐꾸기 목청 다듬어 들썩이는 짙은 숲속 푸드득 깃을 치며 일어나는 초록 바람 물소리 돌베개 삼아 청산가(靑山歌)를 듣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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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샘터 연말 장원작(1975-1995)
메모 : * 장/원뽑힌 시조들이 여기모두 모였으니...* 원/님덕에 나팔불고 풍월읊을 기회로세...= 한국삼행시동호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