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사가 보약을 권하지 않는 까닭 
달리기를 규칙적으로 하면 ‘몸짱’이 될 뿐 아니라 얼굴도 젊어 보인다. 사진은 만 67세의 나이에 풀코스뿐 아니라 울트라 마라톤까지 여러 차례 완주한 김무조씨.
마라톤 동호회에 나가서 만나는 분들의 실제 나이를 알게 되면 종종 깜짝 놀란다. 40대로 보이는 분들이 자신을 60대라고 소개하면 믿어지지 않기도 한다. 달리기가 사람의 얼굴을 젊게 만드는 묘책이 될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충분히 가능하다.
한의학에서는 인생을 사시(四時)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봄과 여름은 인생의 유년기와 청년기에, 장년기와 노년기는 가을과 겨울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봄과 여름에는 땀이 많이 나고, 가을과 겨울에는 땀보다 소변이 많아진다. 그래서 노인들은 젊은 사람에 비해 소변을 많이 본다. 봄과 여름에는 기운이 올라가고, 가을과 겨울에는 기운이 하강하는 까닭에 노년에 소변을 많이 보는 것이다. 자연계에 사계절의 변화가 있듯이 사람에게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게 마련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나이에 따른 기운의 변화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사람이 10세가 되면 오장이 바르게 되고 혈기가 통하면서 기운이 아래에 있으므로 뛰기를 좋아한다(走). 20세에는 혈기가 강성해지고 근육이 완성되는 단계에 접어들어 내달리기를 좋아한다(趨). 30세가 되면 오장이 자리를 잡아가고 근육이 견고해지며 혈맥이 왕성하여 걷기를 좋아한다(步). 40세에는 오장육부가 모두 쇠락의 기미를 보이므로 피부가 꺼칠해지고 머리카락이 희어지고 앉아있기를 좋아한다(座). (중략) 60세가 되면 심장의 기운이 약해지므로 슬퍼하는 일이 많아지고, 혈기가 늘어지므로 누워있기를 좋아한다(臥).’
사람이 달리고(走), 걷고(步), 앉아있고(座), 누워있고(臥) 등의 형태로 변화하는 것이 오장육부의 상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은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가령, 오랫동안 앉아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엉덩이가 펑퍼짐하고 얼굴은 둥글둥글하고 뱃살이 적당히 나오면서 다리가 두꺼운 일종의 ‘몸꽝’의 형태를 나타낸다. 반면 러너들처럼 많이 움직이는 사람들의 체형은 얼굴은 핼쑥해지고 뱃살은 쑥 빠지고 다리는 날렵해진다. 이것은 환경에 사람의 몸이 적응하는 결과일 것이다. 나이와 환경에 따라 몸이 변화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장부(臟腑)의 영향을 받지만, 반대로 운동에 의해 오장육부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질병이 생기는 요인도 장부의 변화를 축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위에서 설명한 환경과 나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환경에 맞게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 방법을 택한다면 건강을 유지하면서 노화도 늦출 수 있을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걷는 운동을 열심히 하면 몸의 상태가 30대의 패턴에 맞는 변화를 보일 것이고, 누워 있기를 좋아하면 젊을지라도 60대의 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신문 기사에서 한보그룹의 총수였던 노(老)회장의 건강 유지 비결에 대하여 읽은 적이 있다. 그분은 80이 넘은 고령에 대장암 수술을 받았는데도 식후에 1시간씩 걷는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몸은 80을 가리키고 있지만 걷기는 30대의 오장육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그분의 건강 비결이 납득이 되었다. 이러한 연유로 자신의 나이보다 젊어지고 싶거나 건강해지고 싶은 분들에게 필자가 제일 많이 추천하는 것이 ‘보약’이 아니라 ‘걷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김영선 사진 기자
지창영 인사랑한의원 원장
출처 : [펌글] 한의사가 보약을 권하지 않는 까닭
메모 : * 보/약을 최고로 치는이 많지만...* 藥/보다 食이요 食보다 行이라...= 한국삼행시동호회 =